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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틀
하누재
2017. 3. 13. 11:59
안양천에서
누렇게 쓰러진 주검 밑에
파랗게 솟아나는 풀잎들이
지금이 모진 겨울을 이겨낸 봄임을 속삭인다.
근대화 산업화의 깃발 아래
산업의 역군 , 공돌이 공순이들의 신음 소리와 눈물, 자그마한 꿈이 ,
가라앉아 억눌리고 억눌리어 꺾이고 꺾이다가
지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치솟아 내리치는 함성.
거짓과 탐욕의 긴 몸뚱이 또아리를 풀고 더러운 배를 드러내 최후를 맞는 오늘
시커멓게 악취로 곪아가던 안양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구의 가장 깊고, 하늘의 가장 구석진 곳으로 쫒겨간 이 땅의 슬픔과 꿈이
안양천변 가득히 파랗게 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