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한강의 기적
miracle of Han liver
요즘 우리 나라 참 좋아졌다. 한강의 기적이라고들 한다.
57년 닭띠인 나로선, 전후의 처절한 가난의 괴로움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성장한 끝 세대로서 개인적 체험을 기록하는 것도 시대적 의미가 있을 듯하다. 우리보다 한 세대 앞선 세대들의 삶의 고초와 비교할 바가 못 되겠지만 우리 세대가 겪은 시련도 만만찮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보다 4살 아래인 내 동생만도 배급 밀가루 수제비가 여린 목구멍에 걸려 캑캑거리며 자랐지만, 4년 어린 그가 겪은 것은 나에 비하면 신선놀음이었다.
초등학교 사 학년이던 나는 십 리도 넘는 하누재(이 브로그 필명 ‘하누재’도 여기에서 따온 것이다.) 너머 강천산 근처로 먼산나무를 갔다 와 소금이 아스슥 떨어지는 이마를 훑는데, 네 살 아래 동생은 새까만 손등이 분홍빛 선을 그으며 갈라진 손등에 콧물을 닦고 있었다. 그는 못치기 딱지치기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4학년이 될 때도 먼산나무를 가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운 좋게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겨울 방학이나 공휴일이면 하누재 너머로 먼산 나무를 다녔다.
이런 경험을 가진 나에게 요즘 우리 나라는 외양만으로만 본다면 천상의 나라가 다 되었다. 남들이 말하는 한강의 기적을 특히 실감하게 하는 것은 화장실이다. 이른 아침 국사봉에 오르는 길에 화장실에 들르다 보면 화장실에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여름에 냉방 장치가 따로 없어서 그렇지 겨울철엔 전기 히터로 난방도 된다. 같은 화장실인데도 6-70년대의 공중 화장실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공중화장실에 들르다 보면 문득 내 자신에게 묻는다.
이렇게 일신한 화장실과 같이 내 마음과 우리 국민들의 의식도 새롭고 아름답게 성장했는가?
이제 우리의 마음과 의식만 새롭고 아름답게 성장한다면 우리 앞선 세대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한강의 기적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