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6. 15:18ㆍ카테고리 없음
서구어에 비해 주어가 잘 생략되는 것은 우리 한국어의 중요 특징이다. 엄격한 신분 질서 속에 역사를 이어온 한국은 세계의 다른 언어에 비해 복잡한 높임법 낮춤법이 발전되었고 나를 낮추는 겸손의 미덕을 강조하는 사회 문화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구어에서는 물론 문어에서도 일인칭 주어는 거의생략하는 것이 보편화했다.
문제가 된 "조쟁래 '일 유학 다녀오면 다 친일파 …...반민특위 부활시켜 150만명 단죄를'" 의 기사는 악의적 왜곡 편집이 아닐 수 없다. 조정래 작가는 "토착 왜구'라는 주어를 빼고 악의적으로 왜곡했다고 항변했지만 저들은 버젓이 녹취록을 공개하며 자기들은 정당하게 발언내용 그대로 보도했다고 맞서고 있다.
심지어 중진 논설 위원이라는 자는 [만물상] 에서 "조정래 '일본 유학생은 친일파"라고 제목을 달아 원로 작가를 욕보이며, 사회를 흙탕물로 만들고 있다.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 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
이들은 딱 저들의 주장을 정당화할 이 부분만 인용하며, 조 작가의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앞에서 잠깐 말한 것과 같이 우리 한국어에서 존비법의 발달과 주어 생략은 이미 중학생만 되어도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원로에게 흠집을 내기 위해 거짓으로 여론을 몰아가려 발악을 하고 있다. 심지어 진중권 같은 전 교수는 알량한 지식을 자랑하며, '토착왜구' 주어가 생략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문맥상 '일본에 유학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한 독해를 위해서는 전체의 상황과 맥락이 더 중요하다.
"추워."라는 단순한 말도 말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춥다"는 일기 현상부터 '문 좀 닫아.' '돈 좀 더 벌어 와." '나를 꼭 안아 줘.' 등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관계와 그들이 말하고 있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사실이 이렇기 때문에 어떤 말이든지 인용하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오해와 오독이 없는 정확한 해석을 바탕으로 한 진실 보도는 사회의 목탁으로서 공기(公器)인 언론의 기본 책무이다. 그러기 위해 이들은 전체 맥락을 보고 조작가의 참뜻을 전했어야 했다. 그러나 저들은 의도적으로 맥락을 무시하고 억지를 쓰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한탄스러울 턴데 진보적인 인사, 매체마저도 이들에게 동조하고 조작가를 극우 선동가로 몰아가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역겹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나이들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유튜브에 프리텍스트 국어 강좌를 열고자 하는 것도 내 국어 강좌가 이러한 행태를 개선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데 있다.
" 지금 저의 주장은 반민특위는 반드시 민족정기를 위하여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부활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150만, 60만 하는 친일파들을 전부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질서가 되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
두 번째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 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 그들을 일본의 죄악에 대해서 편들고, 왜곡하는, 역사를 왜곡하는 그자들을 증발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운동이 지금 전개되고 있습니다. 제가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아리랑을 쓴 작가로서 이것은 사회적,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법으로 다스려야 됩니다. 그런 자들은”
출처: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805>
인용한 조작가의 문제의 대담은 위에서 마지막 단락만 봐도, 전체 유학생을 대상으로 그들을 친일파라 비난한 게 아니라 '이영훈' 같은 '토착왜구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전체 맥락에서 친일파가 되어버리는 유학생은 ''이영훈' 같은 '토착왜구들'을 가리키는 것임은 상식적인 우리 한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저들은 한줌도 되지 않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실, 정의, 예의는 물론 최소한 인간의 상식도 저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