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적기(適期)

2022. 10. 19. 11:01일상2

 

세상 만사 모두 때가 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 내일 모레인데도 이즈음 모기들이 극성을 부려 새로이 액체 훈증기를 리필하고, 내 옆자리 윤이사님은 파리채를 새로 구입하기도 했다. 사실 평소에 나는 모기에 물리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까짓 전염병을 옮긴다는 말이 없는요즘 같은 시기에게 모기들에게 피 몇 방울 빨린다한들 , 잠깐 자국이 남을 뿐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으니 아무리 모기가 극성스럽게 돌아다녀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잠이 든다. 물론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 시야를 어지럽히면 나도 모르게 손뼉을 마주치기는 한다. 오늘 아침도 이른 식사를 하는 중 모기 한 마리가 시야를 어지럽게 한다 . 평소에 그러듯 손뼉을 쳤다.  신기하게도 단 한번에 모기는 내 손가락 사이에서 압살당해 버린다. 대개는 헛손질이기 마련인데, 오늘 따라 이상하다 싶으면서,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이 아침, 내 손에서 삶을 마감한 작은 생명체를 보면서 새삼 생명의 신비함을 느끼며, 문득 우리 인간의 세포수가 백조 개를 넘고, 세포 한개가 100조 개의 원자로 이루어쪘다는 사실까지 떠올리게 되었다. 하필 이 때, 나와 조우해 삶을 마감하기까지 이 한 마리의 모기가 지녔던 생명의  면면함을 생각하면  그저 신비하고 경이로울 빠름이다. 

거의 아침을 다 먹어가고 있을 때였다.  모기 한 마리가 반찬통으로 내려 앉는가 했더니 약간 남은 물기에 그냥 다리가 붙어서 다시 날아오르지 못한다. 잠깐 날개짓을 하다가 머리를 바닥에 박고 풀썩 주저앉아 버린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나는 즉각으로 알아차렸다.  때,  모든 것이 때가 있고, 때가 되면 아무리 극성하던 것들도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리고 문득 이번 대선 후 한번도 올리지 못한 블로그에 글 한 편 쓸 수 있겠다싶어 추락해 죽은 모기의 사진을 휴대 전화 사진기에 담았다.

저들의 파렴치 ,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치졸하고 뻔뻔스러운 행태, 그들의  역사에 대한 주먹질과 이에 동조하는 언론과 민중들...., 역주행하는 현실을 보는 괴로움은 한편으로는 무능한 나 자신을 채직질도 해 주었다.  권불십년이라 했다.겨우5개월을 넘긴 윤석열 정권은 벌써부터 몰락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의 상처를 극성스럽게 파헤치고 민족혼을 멍들게 하는  국민의 힘이 해체되기에 가장 좋은 때가 다가온다. 당연하다. 그래, 노당익장을 실현하리라  다짐하고 있던 차였다.

참담한 현실에 묻혀서 절망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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